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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KP&GM

담태<Hold your Breath>

 

(↑제작 @ocsu713 )

Hold your Breath TR LOG

원본 시나리오 : https://docs.google.com/document/d/1EcAr_gIdrRIutwawzA3_lkkHGUqoqwMy0dOsqL3F40k/edit#

KPC : 이담현    

PC : 이태찬

KP : 옥수

PL : 클로에

주의

- 시나리오 누설

- 시나리오 개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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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d Your Breath
 
.
 
BGM1
 
≪SECTION 1≫: 하얀 방
 
깜빡, 깜빡.
 
오래 감겨있던 듯 뻑뻑한 눈을 뜨면.
 
흐린 눈앞에 천천히 세계가 구축됩니다.
 
온통 하얀 사방과, 정면에 보이는 열린 검은색 문.
 
본래보다 한참이나 높은 듯한 시야…
 
모든 것이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목을 조르는 손길마저요.
 
...손길?
 
피부에 선연하게 닿는 뚜렷한 감각…
 
매끄럽고 차가운 촉감에 점차 질려가는 숨.
 
떨쳐내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해도, 어째서인지
 
온 몸이 굳은 듯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겨우 그 감각의 근원지를 향해 시야를 내리면,
 
뜨거운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어떤지 낯선 이담현과 눈이 마주칩니다.
 
자신이 쥐고 있는 당신의 목을 한 번,
 
자신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을 한 번
 
바라본 이담현은 가볍게 웃으며 묻습니다.
 
이 담현:태찬아,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어?
 
태찬:....(겨우 옅게 숨을 내뱉었다.너와 눈을 맞추곤)...이담현이, 맞는건가?
 
당신의 대답을 듣자. 웃고 있던 담현의 표정이 어그러집니다.
 
그리곤 당신의 목을 호흡이 곤란하리만치 꽉 쥐고 있던 손을 떼고
 
두어 걸음 비틀거리며 당신에게서 물러납니다.
 
이 담현:...허, 그래. 이담현이지 난.. 넌 태찬이고, 아니 엄밀히 말하면 아닌가. 어차피 무너질텐데 그래.. (혼란스러운지 처음에는 네 물음에 대답하다 점점 혼잣말로 변해간다.)
 
태찬:....이담현,(숨을 고르고 몸을 가눈 뒤 어쩐지 평소같지 않은 너에게 손을 뻗었다.)무슨소린지 모르겠군, 무슨일이 있었나? 아니면..어디가 아픈건가.
 
이 담현:(자신에게 손을 뻗는 네 손에 깜짝 놀라 손을 쳐내고서는) 거짓말.. 실패작일텐데.. (무슨 감정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래도 오랜만에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좋네. 곧 모든 감각이 무뎌지고, 더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겠지만.
 
역시나 영문 모를 소리뿐입니다.
 
태찬:(쳐내진 손을 멀거니 바라보더니 이내 거둔다. 많은 혼란을 삼키고 우선은 널 달래는데 집중한다.)...내가 뭔가 잘못한건가? 내게 말해주겠나 이담현. (네 단편적인 말들을 곱씹듯 잠시 입을 다물더니)..나는 죽는건가?
 
이 담현:(네 물음에 답하지않고 바라만 보다) 만일 시간이 지나도 괜찮다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검은 문을 따라 날 찾아와. (질문에 답해주지 않은 채로 자신이 할말만 하곤 열려있는 검은문 앞으로 가다가 뒤를 돌아 웃더니) 아니면, 자살하던가.
 
그리고, 당신이 채 반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서.
 
이담현은 미묘한 표정으로 열려 있던 검은 문 밖으로 나가 버립니다
 
옥 수 (GM):태찬 관찰 혹은 심리학 판정가능
 
태찬: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담현은 한눈에 보아도 일그러진 표정으로 당신을 보며 나가버렸다는 것을 인식합니다.
 
...무언가가 어긋난 기분입니다.
 
옥 수 (GM):태찬 산치체크
 
태찬:이담현...(너를 따라 일으키던 몸이,뻗은 손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우적였다.)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옥 수 (GM):이성 0 감소
 
손을 휘적이며 다시 몸을 움직여보면, 이담현의 말과는 달리…
 
아까보다 몸이 부드럽게 움직여집니다.
 
몸이 굳을 거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하여간, 당신은 드디어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정신이 들자 비로소 상황이 제대로 눈 안에 들어옵니다.
 
당신은 높은 흰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깊게 기댄 채 앉아있습니다.
 
바닥이며 벽은 모두 정갈한 하얀색이고,
 
담현이가 뛰쳐나간 문만이 검은색으로 칠해져 활짝 열려 있습니다.
 
담현은 검은색 문을 따라 자신을 찾아오라고 했죠.
 
…툭 툭…
 
그리고, 어디선가 툭툭,
 
작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옥 수 (GM):태찬 듣기 판정
 
태찬: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 소리는 천장에서 나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당신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면, ...천장이 존재하고 있는걸까요?
 
어쩌면 이 곳은 천장 없이 개방되어 있는 방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무수한 별들이 인공적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높고 아득한 검은색의 밤하늘이 보입니다.
 
다시 툭, 툭 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수많은 별들이 박혀있는 하늘의 한 켠이 빠른 속도로 빛을 잃어가는 것이 보입니다.
 
툭, 툭 하는 소리에 맞춰 수십 개의 빛들이 꺼지고,
 
켜지는 것이 반복됩니다.
 
...그것을 한참 지켜보고 있자면,
 
그 검은 천장에 더 검은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 부분은 원 형태로, 천장의 중앙 부분에 위치합니다.
 
당신이 그 부분을 응시하자,
 
마치 인식이라도 한 듯 그 부분이 가운데로 벌어져 열리더니,
 
높은 천장으로부터 종이조각 하나가 팔랑팔랑 떨어집니다.
 
태찬:....?(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다 종이를 받아 살펴본다.)
 
종이조각을 잡으면, 앞면에 이렇게 쓰여져 있습니다.
 
「 O 」
 
태찬:....(잠시 의미를 파악하려는 듯 종이를 노려보더니 주머니속에 구겨넣는다.)여긴 대체...
 
천장을 제외하고, 이 방 안은 당신이 앉아있는 흰 의자 외에는
 
다른 어떠한 사물도 놓여있지 않습니다.
 
오직 당신만이 이 방 안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천장을 바라보던 시선을 내리고 나면,
 
열려있는 검은색 문만이 눈에 띕니다.
 
문은 담현이 남겼던 말과 겹치며,
 
그 색깔만으로도 이지적이라,
 
당신에게 어서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손짓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태찬:(홀리기라도 한듯 의자에서 내려와 비척비척 문앞으로 걸어갔다.)이담현....
 
태찬은 비척비척 걷더니 문 앞에 섰습니다.
 
나가볼까요?
 
태찬:(잠시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문밖으로 나선다.)
 
≪SECTION 1-1≫: 거울 복도
 
BGM2
 
문을 향해 나가면, 바깥은…
 
사방의 벽면이 모두 전신거울로 이루어진 길다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거울이고 벽인지 알 수 없는 복도입니다.
 
천장의 밝은 조명이 [거울]에 비친 당신의 얼굴을 선명하게 비춥니다.
 
복도의 양 옆에는 정장을 갖춰 입고 머리에 투구를 쓰고 있는
 
[마네킹]들이 열과 줄을 맞춰 즐비합니다.
 
긴 복도의 끝에는 다시 검은색의 문이 굳게 닫혀있습니다.
 
태찬:(거울에 부딪히지 않게 벽면을 손으로 짚고 나아간다. 그러다 잠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사방에 배치된 탓에,
 
단순히 곧은 직선의 복도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으로 사물들이 반사되어 보입니다.
 
당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어쩐지… 이질적입니다.
 
남의 옷인듯 품이 미묘한 검은 브이넥과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도 그러니와.
 
목에 시퍼런 멍이 들어 있으니까요.
 
손자국 모양입니다.
 
아까 담현이 조르면서 생긴걸까요?
 
하지만 당신은 담현이 목을 조를 때에 숨이 막히는 것 이외에
 
아무런 아픔도 느끼지 못했는데…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목을 거의 죽기 직전까지 졸린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렇게 한참 거울을 바라보면...
 
이 손자국의 주인이 담현이라는 것이 더욱 명백해집니다.
 
하지만 정말 하나도 아프지 않은걸요.
 
담현이 당신에게 감각이 곧 무뎌질 것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설마, 정말...
 
태찬:(이질적인듯 제 얼굴을 한번 매만지다, 이내 목으로 손을 옮겼다. 나는 곧 죽는건가.그런 생각도 잠시 그 손자국마저 이담현의 것인 마냥 두손으로 감싼다.)....(다시 앞으로 나아가며 이번엔 마네킹으로 눈을 돌렸다.)
 
옥 수 (GM):곧 죽을 것이라고 판단한 태찬, 산치체크.
 
태찬: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옥 수 (GM):
이성 0감소
 
마네킹은 긴 복도에 총 열 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모두 턱 끝부터 발 끝까지 단정하게 가린 검은색의 수트를 입고 있군요.
 
체구는 태찬과 비슷한 정도입니다.
 
옥 수 (GM):태찬 관찰 판정
 
태찬: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옥 수 (GM):성공
 
문득 눈부신 조명에 투구의 하단 부분이 반짝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마네킹에게 씌워진 투구에 금박으로
 
「 네 헬멧을 벗기고, 만지고, 대화를 나눌 날이 오길. 」
 
이라고 적힌 것이 눈에 띕니다.
 
태찬:....이담현이 쓴건가?(잠시 살펴보다 투구 벗겨봐도 되나 두리번)
 
화려한 투구를 벗기면,
 
그 안에는 놀랍도록 당신과 유사한 얼굴이 들어있습니다.
 
옥 수 (GM):태찬 산치체크
 
태찬: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럴수도있지)
 
옥 수 (GM):이성 0 감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당신의 얼굴을 마주했다는 것과는 별개로,
 
마주친 그것은 이목구비, 머리 색과 길이, 홍채마저
 
당신을 모티브로 만들어낸 창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휼륭한 예술품처럼 보입니다.
 
투구를 벗겼음에도 요동없이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마네킹인걸까요?
 
이런 곳에 왜?
 
태찬:....누가 만든거지? 이런걸 왜...(미묘한 표정으로 마네킹을 흘긋거리더니 다시 검은문 앞으로 나선다.)
 
문은 아주 단단해보입니다.
 
잠금장치는 보이지 않습니다.
 
문의 표면에는 고급스러운 필체의 금박으로,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 Memoria 」
 
문 너머로 가볼까요?
 
태찬:(문을 살펴보다 힘을주어 열어본다.)이담현, 여기 있나?
 
≪SECTION 1-2≫: 거대한 서재
 
BGM3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눈에 담기도 어려울 만큼 거대한 서재가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는 대체, 어디인 걸까요?
 
기묘한 공간들만 이어진다는 의문이 머리에 스치는 순간,
 
방의 정 가운데에 마구잡이로 흩어진 하얀 종이 더미를 밟고서,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서 있는 담현을 발견합니다.
 
담현은 손에 든 책을 읽다가,
 
문득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바닥에 흩어진 종이 더미를 빠르게 긁어모아 손에 쥐고,
 
읽던 책만 움켜쥐고서 곧장 열린 검은색 문 뒤로 들어가버립니다.
 
찰칵,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며.
 
당신은 또다시 이 거대한 서재에 혼자 남겨집니다.
 
태찬:이담현...!기다ㄹ..(허망한 눈으로 담현이 나간 문을 바라보다 이내 네가 보고있던 서재를 둘러보았다.)
 
서재는 말 그대로 거대합니다.
 
당신의 키의 몇 배에 미치는 [책장]들이 즐비하고,
 
바닥에는 고급스러운 검은색의 [러그]가 깔려있습니다.
 
천장에는 환한 샹들리에 디자인의 조명이 광대한 서재의 곳곳을 밝힙니다.
 
당신이 서 있는 서재 입구의 맞은편에는,
 
담현이 들어가며 잠긴 [검은색 문]과 그 옆에 위치한 [책상]이 보입니다.
 
리고 높은 천장의 한쪽 벽에 금색의 거대한 [시계]가 돌아가며,
 
차칵, 차칵 소리를 냅니다.
 
책장의 빈칸 곁에 [방향제]가 놓여 있지만,
 
감각이 무뎌진 탓인지 아무 향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태찬:(멍하니 책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넌 무슨책을 읽고있었던거지?)
 
아주 커다란 책장들입니다.
 
그에 반해 꽃혀 있는 책의 크기는 일반적입니다.
 
책들은 아주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지만,
 
중간중간에 튀어나온 책들이 보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본 책일까요?
 
태찬:(튀어나온 책 몇권을 빼보았다.)
 
튀어나온 책들을 확인하면, 전부 생명공학, 혹은 Myth라는 단어가
 
앞머리에 붙은 책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Myth라는 단어 이후의 언어는 태찬이 알 수 없는 언어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내용 또한 세계의 각개 국어와 알 수 없는 언어가 섞여 있습니다.
 
어떻게 읽어볼 수 없을까요?
 
번역 도구가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요.
 
태찬:(머리 긁적...)(일단 다시 꽂아두고 다른곳을 둘러본다.)(러그쪽으로 발걸음 옮김)
 
부드러워 밟을때마다 푹신거리는 듯한 러그입니다.
 
아주 두껍습니다. 양털인가요?
 
태찬:(러그 만지작..)(빨래하기 힘들겠군..)
(다시 책상으로 발걸음 옮김)
 
고급스럽고 튼튼해보이는 책상입니다.
 
손이 많이 닿았던 것 같이 어지럽혀져 있지만,
 
넓은 탓에 크게 티나진 않습니다.
 
이리저리 어질러진 악필의 메모지들과 함께,
 
[두꺼운 노트 한 권]과 [알 수 없는 기계 장치],
 
그리고 책상의 하단에 커다란 [서랍]이 하나 보입니다.
 
태찬:(이담현 악필이었군...)(두리번거리다 몰래 노트 봄)
 
옥 수 (GM):태찬 자료조사 판정
 
태찬: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옥 수 (GM):성공
 
이것은… 일기장일까요?
 
아니, 그보다는 무언가의 정보들을 생각나는대로 적어둔 것 같습니다.
 
눈에 띄게 많이 살펴본 페이지가 저절로 펴집니다.
 
-
 
몇몇 책들은, 아니, 그것들은, ‘쓰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사용하는 언어는 늘 제멋대로이기 때문에 번역기를 꼭 사용해야 한다.
 
보이는 것을 믿으면 안된다.
 
보이는 것을 믿는다면 늘 허망함뿐이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원 안에 비친 글자.
 
나는 이곳에서 많은 것들을 헷갈리고 또 잊어간다.
 
책들은 정보를 내주는 만큼 나의 기억을 잡아먹는 것 같다.
 
착각이겠지만, 그러니까, 여기에도 적어둔다.
 
그것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빈 페이지에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그것들이 묻는 질문의 답을 쓰면 된다.
 
얼떨결에 뒷장까지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것들은 늘 진실만 말하는 것이 맞을까?
 
만일 내가 계속 농락당하는 것이라면?
 
... 이 모든 것을 어서 끝내버리고 싶다.
 
 
태찬조차 없이 나 혼자 견뎌내는 것은 너무나 무의미하다.
 
태찬도 나와 같은 고독을 겪었으면 좋겠어.
 
그랬으면 좋겠어.
 
그래서 그가 깨어났으면 좋겠어.
 
담현의 필체에 태찬을 향한 알 수 없는 집착과 약간의 광기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태찬:....이담현..(분명 나는 여기에 있을텐데. 난 아직 죽지 않은게 맞나? 혼란스러운 눈으로 노트를 덮고 옆의 기계장치로 눈길을 돌렸다.)
 
생전 처음보는 모양의 기계입니다.
 
투명한 원의 뒤로 금속 휠들이 잔뜩 달려 있습니다.
 
기계 장치의 아래에는 구겨진 메모지 하나가 깔려 있습니다.
 
태찬:(메모지 빼내서 살펴봄_
 
메모지를 살피자
 
사용법: 알 수 없는 언어를 원 안에 비추면 번역한다. 알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해준다.
 
라고 적혀있습니다.
 
태찬:...!(기계장치 챙김)(마지막으로 서랍 살펴보기)
 
서랍을 열면, 그 안에는 펜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잉크펜입니다.
 
그 많은 잉크펜의 ⅔ 정도는 이미 다 쓰여 빈 쓰레기들입니다.
 
나머지는 사용할 수 있는 새것입니다.
 
태찬:대체 얼마나 글을 많이쓴거지...(혹시모르니 새것 하나 챙김)
 
태찬은 펜을 챙겼습니다.
 
태찬:(책장으로 가기전에 시계 올려봄)
 
금색의 거대한 시계는, 시침, 분침과 초침 구분 없이
 
오직 한 개의 바늘만이 정각을 향해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바늘은 현재는 숫자 11을 한참 지나치고 있습니다.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숫자 12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숫자 12 아래에 작은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 완전한 종말과 재림 」
 
태찬:불길한것 투성이군...(시계 노려보다 아까의 책 번역하러 책장으로 감)
 
태찬은 책장으로 갑니다.
 
읽을 수 없던 책을 번역해볼까요?
 
태찬:(후다닥 번역해봄)
 
태찬이 번역기로 확인하자,
 
맨 앞 페이지에
 
「 당신은 살고 싶은가? 」
 
라고 적힌 것을 볼 수있습니다.
 
그 뒷 페이지는 전부 비어있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옆 페이지에 대답을 쓰라는 것처럼, 빈 옆 페이지가 눈에 띕니다.
 
태찬:허무맹랑한 질문이군..(아까 챙긴 펜 꺼냄)
(잠시 고민하다 "그렇다"고 적어넣었다. 가만보니 이담현은 꽤나 오래 혼자 있었던 것 같고, 저런 이담현을 혼자 내버려둘 순 없었기 때문에.)
 
당신이 대답을 적으면, 책에 또다시 알 수 없는 글자가 떠오릅니다.
 
알 수 없는 기계의 원안에 비친 그 글자는
 
「 그렇다면 가려진 바닥 아래를 확인하라. 」
 
입니다.
 
태찬:가려진 바닥..?(문득 아까의 러그가 떠올라 혹시나 하고 러그 걷어봄)
 
러그를 끌어낸 바닥에는 문 모양의 빗금이 그려져 있습니다.
 
빗금 안만 검은색 타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옆에, 작은 버튼이 있습니다.
 
태찬:(잠시 고민되는 표정으로 검은 문을 한번 바라보더니 이내 버튼을 눌러보았다.)
 
버튼을 누르면 문 모양의 빗금이 정말 문의 모양으로 천천히, 활짝 열립니다.
 
그 아래로 칠흑같은 공간으로 계단이 이어집니다.
 
옥 수 (GM):태찬 지능판정
 
태찬: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
 
안이 불빛 하나 없이 칠흑같이 컴컴한 탓일까요,
 
어쩐지 불길하고 어두운 예감이 듭니다.
 
들어가볼까요?
 
태찬:....이담현을 따라가야 하는데..(고민..)
(계단으로 내려간다)
 
≪SECTION 1-3≫: 바닥의 통로
 
BGM4
 
계단을 따라 컴컴한 어둠속을 향해 들어가면,
 
당신의 걸음을 따라 양 옆에서 등불이 차칵이는 소리를 내며 켜집니다.
 
약간의 눅눅한 공기.
 
어째서인지 약간 오한이 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양 옆의 벽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고,
 
앞으로 나아갈때마다 맞춰 불이 켜지는 탓에
 
어디가 이 통로의 끝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벽을 더듬으며 앞으로 나아가면 조금 더 확실하게 방향을 잡을 수 있을까요?
 
태찬:(불안한지 벽을 짚고 나아간다.)
 
벽을 더듬으며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
 
...어느 순간부터 손에 닿던 고른 금속의 느낌 대신에
 
우둘투둘한 [쇠창살]이 손에 닿기 시작합니다.
 

태찬:...이건...(쇠창살이 손에 닿자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한다.)

 
쇠창살이 손에 닿는 부분을 바라보면,
 
...흐릿한 형체들이 쇠창살 너머에 가득합니다.
 
한쪽 벽 면이 어느 순간부터 금속평면이 아니라 쇠창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너머로 넘어갈 수 있는 문은 보이지 않지만,
 
천장에 당길 수 있는 무언가의 [스위치]가 길게 내려와 있습니다.
 
태찬:(흐릿한 형체들을 보려는 듯 미간을 찌푸리다 스위치를 당겼다.)
 
스위치를 당기면, 철컥 소리와 함께 쇠창살 너머의 공간에서
 
차칵이는 소리가 일제히 들려오며 불이 환하게 들어옵니다.
 
불빛이 비춰진 그 너머에는.
 
...수많은 벌거벗은 인간들이 동산을 이루듯 쌓여있습니다.
 
옥 수 (GM):태찬 산치체크
 
태찬:이게 무슨...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입 꾹 막음)
 
옥 수 (GM):이성 1 감소
태찬 관찰 판정
 
태찬: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산처럼 쌓인 인간들로부터 시선을 겨우 돌리면,
 
역시나 쇠창살 안쪽.
 
조금 옆에, 커다란 흰 침대가 하나 놓여있는 것이 보입니다.
 
흰 침대는 기계장치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침대 위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태찬:(누가 있던 자리지? 침대를 살펴보려고도 생각했지만,어쩐지 불안감에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이담현, 이담현은 지금 어디에 있는거지?)
 
쇠창살은 몇미터를 더 이어지다가 이내 다시 금속 벽으로 돌아옵니다.
 
차칵이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등불이 켜지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검은 문이 보입니다.
 
태찬:(검은문을 힘주어 열었다.)
 
≪SECTION 1-4≫: 이담현의 방
 
BGM5
 
검은 문을 활짝 열면,
 
어둡던 통로와는 대비되도록 환한 빛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반짝이는 조명의 불빛,
 
은은하게 풍겨오는… ____의 향기.
 
이게 무엇의 향기였죠?
 
갑작스럽게 북받쳐 올라오는 감각의 잔재들에 혼란스러워하기도 잠시.
 
반짝이는 흰색의 벽지, 흐르는 밤하늘을 담은 듯 높고 검은 천장.
 
그리고… [책장], [책상], [침대], [옷장] 등
 
평범한 일상 공간을 위해 꾸며진 것 같은 방입니다.
 
아, 한쪽 벽면 가득 붙여진 [사진]들과 그 옆의 [모니터]만 제외하면 말이에요.
 
검은색 문이 방금 태찬이가 열고 나온 바닥의 문을 제외하면,
 
[왼쪽 벽]에 하나, [오른쪽 벽]에 하나 나 있습니다.
 
태찬:(자신을 진정시킨 뒤 책장부터 살피기 시작한다.)
 
깔끔한 검은색의 책장입니다.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습니다.
 
한 권의 [책]만이 가로로, 책장의 왼편 칸쯤에 비스듬히 올려져 있습니다.
 
대부분이 읽을 수 없는 제목이거나, 생명 과학과 공학, 혹은 신화서입니다.
 
모든 책이 한참을 읽은 듯 책의 끝 부분이 너덜거리고 손이 탄 흔적이 있습니다.
 
태찬:(비스듬히 올려진 책을 꺼내들었다. 혹여 필요할까 번역장치도 꺼내든다.)
 
표지의 어느 면에도 제목이 없습니다.
 
펼쳐보면, 이 문단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 숨을 나눈다는 것은 단순히 목숨을 나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 이유는 과학적인 것에 있기도 하고, 신화적인 것에 있기도 하며, 민간 신앙적인 것에 있기도 하다.
 
어쩌면, 시적인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그가 도래한 세상은 종말을 맞이하며, 그 종말 이후의 삶에는 두 개의 숨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숨을 제외한 다른 하나의 숨을 아무에게서나 가져올 수 없다는 것. 」
 
읽으면 어쩐지 정신이 어지러워집니다.
 
옥 수 (GM):태찬 산치체크, 오컬트 기능 5점 상승
 
태찬: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옥 수 (GM):이성 1 감소
 
태찬:(애써 고개를 저어 정신을 차리고 책상으로 향한다.)
 
회색 모노톤의 딱딱한 철제 책상입니다.
 
위에는 [리모콘]이 올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비스듬하게 내려놓아진 [책] 한 권.
 
서재로 막 들어섰을 때, 담현이가 읽고 있던 그 책인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만년필, 잉크병과 같은 도구가 올려져 있긴 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달리 눈에 띄는 것이 없습니다.
 
태찬:(무슨 리모콘이지?)(리모콘을 집어든다)
 
버튼이 전원 버튼 하나뿐인 리모콘입니다.
 
태찬:(눌러봐도 되는건가...)(버튼 꾹)
 
모니터에서 삑 소리가 나며 화면에 빛이 들어옵니다.
 
사진들이 잔뜩 붙여진 끝에 벽에 설치되어 있는 꽤 큰 모니터입니다.
 
8개 구역의 상황을 비추고 있는 CCTV입니다.
 
자세히 확인하러 갈까요?
 
태찬:(혹여 이담현이 보일까 확인하러 감)
 

첫 번째 화면에서는 태찬이 처음 깨어났던 하얀 방을,

 
두 번째 화면에서는 벽이 모두 거울이었던 복도를,
 
세 번째 화면에서는 서재를,
 
네 번째 화면에서는 서재의 시계를,
 
다섯 번째 화면에서는 지하 통로를,
 
여섯번째 화면에서는 화원처럼 보이는 곳의 입구를,
 
일곱 번째 화면은 검은색으로 가득 메워져 있고,
 
여덟번째 화면에서는,
 
...하얗게 눈이 내리는 하늘이 비춰집니다.
 
벌써 겨울이던가요.
 
그때, 여섯번째 화면에서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담현의 모습입니다.
 
화원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모니터에 잡힙니다.
 
태찬:....!이담현..
 
화원의 안에 들어간 이후,
 
담현이가 CCTV에 다시 비춰지지는 않습니다.
 
태찬:저 화원은 어떻게 가는거지?(일단은 위치를 확인한 뒤,책을 확인한다.)
 
검은색 하드커버의 책입니다.
 
책의 제목은… [멎은 숨의 소생],
 
어느 나라의 언어인지 알지 못하지만,
 
글이 아주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책의 겉 면에 적힌 집필을 시작한 날짜는 태찬이 기억하는 마지막 날짜입니다.
 
저자는… 이담현.
 

「 XXXX. XX. XX 」

태찬이 죽었다. 나와 완벽한 숨을 맞출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는데.

이젠 나와 그 둘 중 하나도 살아남지 못하게 되었다. 어째서 종말은 인류보다 그를 빨리 찾아갔는가? 

 
...태찬의 죽음에 대한 절망과 고통이 뒤섞인 문장들입니다.
 
태찬은 이렇게 살아있는데도요?
 
그는 당신의 죽음을 어째선지 몇 번이나 되짚고,
 
추모와 먼 집착을 토해냅니다.
 
글은 몇 장 넘겨 이어집니다.
 
「 그들에게서 장소와 기술을 제공받았다. 이대로 무력한 종말을 맞이할 수는 없기에. 모독적인 죄를 범해서라도 그의 숨을 되돌릴 것이다. 이 모든 일은 멎은 숨의 소생을 위해. 」
 
 
「 지하에 실험을 위한 장소를 준비했다. 단백질 덩어리, 혹은 그들이 제공한 타인의 시체를 이용해 그를 재창조하려 한다. 이것은 죽은 그에 대한 모독이며 무례이겠지만 어찌하겠는가.
 
이미 죽은 자의 숨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 진짜와 같은 가짜를 만든다. 그리고 그 가짜의 숨을 사용한다면 문제 될 것은 없지 않겠는가?
 
흐려지는 인간성에 나 자신에게 환멸을 느끼면서도. 여기서 보낸 1년간 나는 백 개도 넘는 더미를 만들었다.
 
그 중 온전한 그의 형체를 갖춘 것은 하나 뿐이었지만, 그나마도 말을 걸었더니 그의 목소리로 “멍청이.” 라는 한마디를 하고서 부서져 내렸다.
 
신이시여. 이것은 모독죄를 범한 나에게 내리는 형벌이십니까? 」
 
 
「 내가 무언가 방법을 잘못 쓰고 있는 걸까? 분명 그들이 알려준 방법대로라면, 슬슬 성공이 나올 법도 한데. 그나마 겉이 멀쩡하게 만들어진 것을 성공과 실패를 판별하는 의자에 앉혀도 매번 하늘이 뱉는 표시는 X뿐이다.
 
그대로 그 숨을 틀어막고 싶어. 내가 만든 것들은 몇 분을 넘기지 못하고 눈을 깜빡이다 숨을 멈추고 그대로 온몸이 굳어버리고 만다.
 
그들에게 이것에 대해 토로했더니 방법은 틀린 것이 없다고 한다. 더미들에서 풍기는 레몬 냄새를 질리도록 맡다 보니 향기마저 역하게 느껴진다. 」
 
「 창조, 실패, 재창조, 실패, 모방, 실패. 그러다 어쩌다 나오는 그의 얼굴이 반갑기 그지없다.
 
5년간 만진 수천개의 더미들 가운데 외형이라도 비슷하게 창조된 것이 겨우 열 구뿐이라는 것이 지탄스럽다.
 
처음에 만들었던 모조품처럼 괜히 말을 걸었다가 망가뜨리기가 두려워. 열 구는 복도에 세워두었다.
 
지하의 침대에 누워있는 그의 시체는 그들이 보존 처리한 탓인지 아직도 썩지 않고서 금방이라도 손 아래에서 맥이 뛸 것처럼 혈기를 띈다.
 
말을 하고 숨을 쉬며 눈을 깜빡이는, 살아있는 네가 보고 싶다. 이것은 애정인가 증오인가. 」
 
-
 
...태찬,
 
당신을 향한 모독과 죄를 범한 그의 일지를 읽었습니다
 
당신은 이렇게 멀쩡히 숨을 쉬고 있는데, 그는 당신을 소생시키려 한다.
 
적혀 있습니다.
 
당신의 멎은 숨을요.
 
옥 수 (GM):저자가 ‘그’인 기괴한 책으로부터 당신의 죽음을 접한 태찬, 산치체크. 크툴루 신화 기능 1점 상승
 
태찬:이담현...바보같은, 바보같은..(책을 쥔 손이 떨린다. 목을타고 넘어오는 분노는 담현을 향한것인지 저를 향한것인지 알터가 없고. 굳게 쥔 책을 바닥으로 내던지며 제 얼굴을 쓸었다.)
SAN Roll
기준치: 48/24/9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옥 수 (GM):이성 1 감소
태찬 지능판정
 
태찬: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역한 레몬 냄새?
 
문득 당신의 향을 맡아봅니다.
 
하지만… 당신에게서는 그런 냄새가 나지 않는걸요.
 
당신은 담현이 창조한 태찬이 맞는걸까요?
 
태찬:(제 향을 맡는것을 그만두고, 멀거니 내던진 책을 바라보다 침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흰색 이불과 베개가 가지런히 정리된 1인용 침대입니다.
 
사용감이 꽤 있습니다.
 
은은하게 담현의 체향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앉아본다면 푹신합니다.
 
태찬:(네 일지를 봤음에도, 죽도록 네가 그리운 모순감에 빠져 이내 침대시트를 꾹 그러쥐었다. 잠시 네 온기를 느끼려는듯 그대로 있더니 몸을 일으켰다.)
(옷장으로 감)
 
검은색의 옷장입니다.
 
열어보면, 담현의 체격에 맞는 옷들이 즐비하게 걸려 있습니다.
 
평소에 자주 입던 옷들이 주로 걸려져 있고.
 
모두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옥 수 (GM):태찬 관찰판정
 
태찬: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옷의 양이 많습니다. 이정도라면 여기서 살아도 되겠는데요.
 
옷들을 한참 바라보다 보면, 일상복들 사이에 이질적인 옷을 한 벌 발견합니다.
 
흰 색 연구원복입니다.
 
태찬:...이런옷은 없던걸로 기억하는데.(연구복 만지작)
(사진이 붙여진 벽면으로 향한다.)
 

대부분, 담현과 함께한 순간, 태찬의 사진들입니다.

 
아니, 태찬의 사진만 붙어있는 건 아니지만…
 
담현의 가족, 동료는 겨우 몇 장 뿐입니다.
 
이 벽을 가득 메운 사진들.
 
태찬의 사진의 지분이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
 
태찬:(좀 쪽팔려짐)
(모니터는 이미 확인했으니...왼쪽 벽으로 감)
 
왼쪽 벽엔 문이 하나 있습니다.
 
태찬:(오른쪽 벽도 봄)(고민...)
(왼쪽부터 간다)
 
문을 열어보면 서재가 보입니다.
 
아까 담현이 안에 들어갔던 문이 이 문이군요.
 
그러고 보니 문 손잡이에 안에서 잠그는 장치가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태찬:이어지는 곳이었군...(오른쪽 벽으로 감)
 
검은색 문입니다.
 
열까요?
 
태찬:(엽니다)
 
≪SECTION 2≫: 붉은 융단의 홀
 
BGM6
 
문을 열고 나오면, 탁 트인 홀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닥에는 붉은 융단이 깔려있고, 벽에는 고급스러운 [그림]들이 몇 점 걸려 있습니다.
 
높은 벽의 상단은 스테인드 글라스입니다.
 
바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에 따라 홀의 바닥에 아름다운 색색깔의 [형상]이 그려집니다.
 
정면에. ...검은 색의 [큰 문]이 있습니다.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입니다.
 
저 문 너머로 나가면, 화원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찬:(곧장 화원으로 갈까 생각했으나, 조금 둘러보려는 듯 그림을 확인한다.)
 
세 점의 그림이 있습니다.
 
양 팔을 벌려도 잡기 어려울만큼 커다란 그림입니다.
 
태찬:(무슨 그림이지?)
 
첫번째 그림부터 살필까요?
 
태찬:(살핍니다)
 
[그림 1]
 
물컹물컹한 점액질에 선명한 분홍빛 색감의 뇌가 담겨져 있는 것이 극사실주의 화풍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태찬:취향한번 고약하군...(두번째 그림 살핌)
 
[그림 2]
 
수많은 인간들을 밟고 단 하나의 인간만이 위에 올라서 하늘을 향해 양 팔을 뻗고 있는 그림입니다. 추상적인 화풍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강렬한 검은색과 하얀색의 대비가 인상적입니다.
 
태찬:예술은 잘 모르겠단 말이지..(세번째 그림을 살핀다.)
 
[그림 3]
 
...태찬의 얼굴이 그려진 초상화입니다.
 
그런데, 화폭 안에 담겨진 태찬의 얼굴이 한 명이 아닙니다.
 
열한 명.
 
화폭에 담겨진 태찬의 얼굴은 총 11명입니다.
 
가운데부터 그려져, 상하좌우로 아직 한참이나 빈 공간이 많습니다.
 
미완품인걸까요.
 
모두 눈을 감고 있습니다.
 
태찬:(꺼림칙한 표정으로 그림에서 시선 돌림)...(홀의 바닥에 생긴 형상을 살핀다.)
 
바닥에 비춰진 스테인드 글라스는 세 쌍의 연인의 모습을 황홀하고 또 기괴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번째 연인은 키스를 나누고 있고,
 
두번째 연인은 서로를 꼭 껴안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연인은…
 
...아니, 저게 연인이 맞던가요?
 
단순히 사람 둘을 짝지어 놓은 것은 아닐까요.
 
세번째 연인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위에 올라타 목을 조르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 형상이 색유리에 잘게 반사된 빛으로 바닥에 존재합니다.
 
옥 수 (GM):문득 스쳐지나가는 알 수 없는 모독적인 기분에 태찬 산치체크
 
태찬: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옥 수 (GM):이성 1 감소
 
태찬:(기분만 더 나빠진듯 미간을 찌푸리고 문을 향했다.)
 
검은색의, 이태까지 봐 왔던 문 가운데서는 가장 큰 문입니다.
 
이 문 너머에 아까 모니터에서 봤던 담현이 있을까요?
 
태찬:이담현...여기에 있나?(제발 이곳에선 널 볼 수 있기를 바라며, 문을 힘주어 열었다.)
 
≪SECTION 2-1≫: 화원
 
BGM7
 
큰 문을 활짝 열고 바깥으로 나서면,
 
회색빛의 하늘 아래 바깥에는 한창 [눈]이 내리는 중입니다.
 
햇살은 밝고 따사롭...나?
 
...날씨를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여간, 시야에 보이는 것은 아름답게 꾸며진 넓은 화원입니다.
 
모니터에서 본, 담현이 들어갔던 화원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여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화원은 대부분 키가 높은 나무와 덤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어디가 이 화원의 끝이고 바깥으로 나가는 출구인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합니다.
 
붉은 아네모네로 꾸며진 화원의 [입구]가 태찬을 유혹하듯 바람에 살랑거립니다.
 
태찬:(잠시 입구로 발걸음을 옮기기 전,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을 바라본다.)
 
피부 위로 내려앉은 눈은 결정의 모습을 금방 흐트러트리며 녹아내립니다.
 
...전혀 차갑지가 않습니다.
 
이건 당신의 감각이 무뎌진 탓일까요?
 
...옅게 내리는 잔눈이 시야를 흐트러트립니다.
 
태찬:......(손을 뻗어 눈을 쥐어보아도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입술을 꾹 깨문채 입구로 향했다.)
 
입구로 들어서면,
 
몇 걸음 떼지 않아도 삽시간에 주변이 푸르른 꽃과 높게 자란 나무와 아름답지만
 
오래되고 기괴하게 보이는 조형물들로 가득찹니다.
 
[왼쪽]으로 꺾을 수 있는 길과 [오른쪽]으로 꺾을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태찬:(왼쪽으로 가본다.)
 
왼쪽으로 한참을 걷다보면,
 
꽃들 사이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놓여 있습니다.
 
아주 정밀하고 자세하게 세공되어 있지만,
 
그 세공되어 있는 형상이 소름끼치도록 생생하고 기분이 나쁩니다.
 
비대한 몸집의 무언가에서 촉수와 같은 것들이 뻗어나와 꿈틀대고 있는 형상입니다.
 
옥 수 (GM):기괴한 조형물을 목격한 태찬, 산치체크
 
태찬: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옥 수 (GM):이성 0 감소
 
태찬:여기 집주인은...취향이 하나같이 이상한가?
 
그리 말한 태찬은 문득 그러고보니 이곳 집 주인은 이담현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스쳐갑니다
 
태찬:이담현...이 이런 취향이 생겼을리는 없고..(현실부정)
(생각 그만두고 오른쪽으로 감)
 
태찬이 현실을 부정하며 오른쪽으로 향합니다.
 
또 한참을 걷다보면,
 
아주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보입니다.
 
아니. 한 그루인가요?
 
두 그루가 서로 아주 가까이 붙어 자라,
 
마치 한 그루인듯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옥 수 (GM):태찬 관찰 판정
 
태찬: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
 
옥 수 (GM):
 
태찬:(갑자기눈멀었음)
 
태찬은 나무가 나무인지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눈이 흐려집니다.
 
잠시 눈을 비비고 다시 보자....
 
비슷한 키를 하고 있지만, 한 그루는 아주 비쩍 말라 드문 드문 썩어들어간 부분마저 있습니다.
 
마치 다른 한 그루에게 모든 영양분을 뺏겨 버린듯한 형상입니다.
 
두 나무가 함께 붙어있기 때문일까요.
 
이번 갈림길도 [왼쪽]으로 꺾을 수 있는 길과 [오른쪽]으로 꺾을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태찬:(이번에도 왼쪽 먼저 가봄)
 
계속 걷다보면, 다른 덤불벽들과는 조금 다르게 생긴 두 덤불이 보입니다.
 
어디부터 어디가 두 덤불의 끝과 시작일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잔뜩 얽혀 자라 있습니다.
 
옥 수 (GM):태찬 관찰 판정
 
태찬: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싱그럽고 잘 자란 다른 덤불들과는 달리,
 
이 두 덤불은 서로 얽혀있기 때문인지 드문드문 시든 부분도 보이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쩐지 이게 더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이번에도 [왼쪽],[오른쪽] 으로 갈 수 있는 갈림길이 나왔습니다.
 
태찬:(이번에도 왼쪽으로 향한다.)
 
계속 걷다보면, 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지는 꽃밭에 다다릅니다.
 
...떨어진다고요?
 
눈이 내리는 이 상황에, 떨어질 꽃들이 이렇게나 만개해 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만개한 꽃들 중 여러 송이가 불특정하게 툭툭 그 꽃송이를 바닥으로 떨굽니다.
 
마치, 인간의 머리가 떨어지는 것만 같아요.
 
옥 수 (GM):그 기괴한 현상을 목격한 태찬 산치체크
 
태찬: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그럴수있지)
 
옥 수 (GM):이성 0 감소
 
계속 지켜보면 결국 꽃밭의 모든 꽃들은 꽃송이를 떨굽니다.
 
멀쩡한 꽃송이들이 삽시간에 떨어져 이룬 꽃잎더미는
 
어딘가 징그러우면서도 동시에 아름답습니다.
 
...
 
이렇게 한참을 방향을 바꿔 걷고, 또 걸어도…
 
이담현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돌아가야 할까요
 
그렇게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나가는 문도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들어왔던 입구가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태찬:(멀거니 서있음)...
 
아까 보았던 큰 나무들도,
 
얽혀 자란 덤불들도,
 
마주쳤던 꽃밭도…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갈 수조차 없습니다.
 
완전히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SECTION 2-2≫: 이상한 남자
 
BGM8
 
길을 헤메이는 찰나, 어깨에 손길이 닿습니다.
 
??: 길을 잃으셨나요?
 
태찬:(깜짝)(주먹부터 휘두름)
 
뒤를 돌아보면, 나른하게 웃는 얼굴이 인상적인,
 
호감형의 미남자가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뒤에 서 있습니다.
 
태찬의 주먹을 가뿐히 피하곤 사람 좋게 웃는 남자의 모습을 보니
 
어째선지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입니다.
 
태찬:....누구십니까? 당신은..
이담현은 어디있는지 알고있습니까?
 
호감형의 미남자: 당신은 누구기에 나에게 그런 걸 묻죠?
지금 나한테 그런 걸 물어볼 때가 아닐텐데.
당신은 스스로가 누구인지 아나요?”
하긴, 몇 년만에 다시 눈을 떴다면 그럴수도 있겠죠.
최근 세상의 지식에 무지할테니 묻는 것에 대해 몇가지 알려줄 수 있답니다.
 
태찬:...나는...(어째선지, 당당하게 자신이 태찬이라 답할 수 없었다. 잠시 시선을 내리더니)..잘 모르겠습니다. ..이담현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호감형의 미남자: 이담현... 아아, 이 저택의 미쳐버린 그 주인 말하는 것이군요. 글쎄요, 제가 그 사람의 조수로 뽑혀왔긴 하지만 어디있는지는 알 수 없네요.
 
남자는 그리 웃고는 무언가 네게 말하듯 중얼거립니다.
 
호감형의 미남자: 멸망의 때가 다가오고 있어요… 사람들의 비명과 신음이 달콤하네요. 우리 모두 그 멸망을 피하지 못하고, 자연의 순리처럼. 운명처럼 받아들이게 되겠죠.
 
태찬:멸망..? 그 멸망이란게 대체 뭡니까.
 
호감형의 미남자: 죽음으로부터 돌아왔더니 바로 맞닥뜨리게 된 것이 세계의 멸망이라니, 조금 안타깝네요…
하지만, 네. 그렇답니다. 종말론자들이 펼치는 주장이 현실이 되었어요.
지금 하늘에서 내리는 게 뭔지 아나요?
 
태찬:...눈을 말하는겁니까?
 
호감형의 미남자: 눈이 아니라, 하늘.
이 세계의 천장의 잔재랍니다.
우주고 뭐고 이 세계가 샅샅이 부서져서 떨어지는 거예요.
아름다운 광경이죠?
 
그러고 보면, 눈이 하나도 차갑지 않습니다.
 
날씨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고요.
 
이건 정말 종말인 걸까요?
 
당신은 지금, 종말의 목전에 서 있는 걸까요?
 
옥 수 (GM):태찬 산치체크
 
태찬: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옥 수 (GM):이성 1 감성
 

호감형의 미남자:이 저택은 사람이 없어 이렇게 평화롭지만.

바깥 세상은 벌써 피바다며 비명으로 거리가 가득 찬 게 오래 전 얘기인데.
이 정도 빠르기라면…
오늘 안에 이 저택도 고요한 멸망을 맞지 않을까요?
 
태찬:...내가보기엔 당신도 미친건 마찬가지같군. ...여기서 나가는법이나 알려주십쇼. 멸망이고 뭐고 난 이담현을 만나야겠으니.
 
호감형의 미남자: 하하, 대체 그 미친 사람과 무슨 사이에요? 당신을 살리려고 5년동안이나 발버둥 친걸 봐서는 가벼운 사이는 아닌 것 같던데...
이왕 마지막인 거. 그 사람과 깊은 키스라도 나눠보는 건 어때요.
아. 내가 너무 무례했나요? 그냥 넘겨요.
 
별 말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웃습니다.
 
호감형의 미남자: 그 사람을 만나고 싶어 나가고 싶다면 도와줄게요.
생각해보니 방금 그 사람은 저택으로 들어갔거든요.
둘이 엇갈리신 모양이네요.
 
남자는 들어왔던 입구로 가는 길을 알려줍니다.
 
호감형의 미남자: 그럼, 출구 없는 멸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리 말하곤 남자는 이내 태찬의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태찬:(입구쪽을 바라보더니 남자를 힐긋 보곤 걸음을 옮겼다.)
 
≪SECTION 2-3≫: 또다시, 홀
 
BGM9
 
...이상한 남성이 알려준 길로 다시 화원의 입구에 돌아왔습니다.
 
태찬이 나왔던 문이 활짝 열려,
 
태찬에게 화원으로부터 벗어나 이 저택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태찬:(가만 바라보다 문으로 되돌아간다.)이담현.
 
옥 수 (GM):태찬 관찰판정.
 
태찬: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옥 수 (GM):성공
 
...잠깐. 뭔가 달라졌습니다.
 
홀의 복도에 걸려있던, 세번째 그림이 바뀌었습니다.
 
화폭 안에 담겨진 태찬의 얼굴이 한 명 더 늘어,
 
열두 명이 되었습니다.
 
모두 눈을 감고 있는 가운데.
 
눈을 뜬 태찬의 초상화 하나요.
 
하얗게 번지는 입김까지 그려낸 것이 꼭, 그림이라기보다.
 
창문 같을 정도로.
 
당신의 얼굴을.
 
눈이 깜빡이는 표정을.
 
입꼬리가 그려내는 곡선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갑자기.
 
툭,
 
하고 거대한 그림이 벽에서 떨어져 엎어집니다.
 
옥 수 (GM):태찬 민첩 판정
 
태찬:
민첩
기준치: 95/47/19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태찬을 향해 덮치듯 떨어져 내리던 커다란 그림이 바닥을 덮고서 쓰러집니다.
 
...엎어진 쪽으로, 핏물이 질질 흘러나와 붉은 융단에 배어듭니다.
 
옥 수 (GM):기괴한 풍경에 태찬 산치체크
 
태찬: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옥 수 (GM):이성 0 감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고개를 들어 세번째 그림이 걸려있던 자리를 바라보면,
 
그곳에는…
 
검은 문이 존재합니다.
 
그동안 봐 온 검은 문 중에 가장 작습니다.
 
태찬은 몸을 조금 수그려야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찬:(꺼림칙한 기분을 애써 떨치고, 문을향해 나아갔다. 이번엔 제발 그곳에 있기를 바라며.)
 
≪SECTION 3≫: 우리의 종말, 세계의 끝.
 
작고 좁은 문을 열면,
 
길고 어두컴컴한 계단이 위로 쭉 이어집니다.
 
잡을 수 있는 철제 난간이 있습니다.
 
볼에 닿는 서늘한 공기는 축축하고,
 
손에 잡히는 철제 선반은 소름끼치도록 차가워서,
 
당신이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끼게 합니다.
 
모든 감각이 돌아왔습니다.
 
이태까지 쭉 괜찮았던 목덜미에도 시큰이는 통증이 돌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위로 한참을 올라가면…
 
다시 큰 검은색 문이 보입니다.
 
태찬:(다시한번 문을 힘주어 열었다.)
 
≪SECTION 3-1≫: 스크린 룸
 
BGM10
 
문을 열면 서늘한 공기와 대비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공기가 온 몸을 휘감습니다.
 
큰 스크린이 벽면에 내려와 있고,
 
맞은 편에 앉을 수 있는 긴 의자가 여러 개 단정하게 놓여 있습니다.
 
정면의 책상에 [빔 프로젝터]가 보입니다.
 
태찬:(주변을 둘러보다 빔 프로젝터를 살폈다.)
 
하얀 빛을 스크린에 쏘아보내고 있습니다.
 
안에 CD가 들어있다는 표시가 뜹니다.
 
기능은 몇 개 없는 모양인지, 전원 버튼과 중지 버튼, 그리고 재생 버튼이 있네요.
 
태찬:(재생버튼을 눌러본다.)
 
스크린에 서서히 흐린 빛이 쏘아지며,
 
영상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것은, 담현의 얼굴입니다.
 
살짝 지친 기색의 담현이 얼굴을 뒤로 물리면,
 
담현의 뒤로 철창이 보입니다.
 
저곳은… 아까 당신이 지나왔던 지하통로,
 
그 쇠철창 안쪽인 것 같습니다.
 
이 담현 ...태찬이가 죽은 뒤로 처음. 드디어 그럴듯해 보이는 태찬을 만들어냈어.
 
그런 말을 하는 담현의 얼굴은,
 
오늘 마주했던 그의 얼굴보다 조금 더 익숙한 모습이고.
 
그러니까…
 
당신이 기억하는 담현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표정에서 깊은 회환과 착잡함이 묻어나오고,
 
자세히 보면 카메라에 언뜻 비치는 옷깃에 피가 잔뜩 튀어 있습니다.
 
담현이 손을 뻗어 카메라의 방향을 조금 트는 듯 하자,
 
화면은 전환되어 수술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수술대에 누운 당신을요.
 
담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약간 잠겨 쉰 목소리만 들려옵니다.
 
이 담현 : 아주 오랫동안 그리워했지.
 
이 담현 : 드디어 이루어 낸 거야. 드디어. …
 
화면을 고정시켰는지 담현이 손을 놓고 화면 앞으로 나섭니다.
 
그리고, 수술대에 죽은 듯 누워있는 당신을
 
조심스럽게 일으키듯 끌어 안고서 묻습니다.
 
이 담현 : ...태찬아,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어?
 
아주 고요한 정적 속,
 
몰아쉬는 담현의 숨소리만 온전한 가운데.
 
천천히 눈을 뜬 당신은. 옅은 숨을 뱉으며.
 
선명하게 속삭입니다.
 
태찬 : 멍청이.
 
그리고 당신은, 아니.
 
당신을 닮은 그것은 살점과 핏덩이로 녹아내리듯 부서져내리며
 
담현의 팔 안에서 한 줌 핏물로 흘러내립니다.
 
...담현이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지는 몰라도 완전한 실패입니다.
 
담현의 절규하는 목소리가 들리며 화면이 암흑으로 돌아가고,
 
다시 빛이 들어오면 영상이 아까보다 빠르게 돌아갑니다.
 
수술대 뒤로 수많은 인간의 몸통과 팔다리가 쌓여가는 것이 보입니다.
 
그중 수술대에 눕혀질 정도로 멀쩡한 당신의 모습은,
 
부서진 것 이후 겨우 열 번에 불과합니다.
 
담현은 그런 당신에게 구태여 말을 걸지 않고,
 
한참을 바라보다 다른 곳으로 옮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상에 등장하는 담현의 목소리가 점점 쉬어가고.
 
표정은 무미건조해집니다.
 
옷자락에 질척한 피가 묻는 일도 많습니다.
 
태찬:이담현...(몰아치는 그리움과 두려움, 그리고 슬픔에 멍하니 다가가 스크린을 매만졌다.)
 
당신이 아는 담현이 영상 속에서 혼자 서서히 바스라져가듯 어두워집니다.
 
한참 영상이 지나고 나면,
 
드디어 온전한 ‘12번째의 당신’이 수술대에 눕혀진 화면이 보입니다.
 
...여기서 영상이 끝납니다.
 
이담현은, 당신을 살려내겠다는 명목으로 얼마나 많은 인간의 살점을
 
만지고,
 
가르고,
 
죽이고
 
생을 부여하며
 
오만하며 모독적인 행위를 저지른건가요.
 
태찬은, 그러한 사실에 경멸을 느끼든, 희열을 느끼든, 혹은 공포를 느끼든.
 
옥 수 (GM):태찬 산치체크
 
태찬: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2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옥 수 (GM):이성 1 감소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알 수 없는 미묘한 기분에 몇 발자국 뒤로 몸을 물리면,
 
...등 뒤에,
 
아까까지만 해도 느껴지지 않던 인기척이 닿습니다.
 
당신의 팔을 잡는 손길이 부드러우면서 견고합니다.
 
그래요. 당신에게 익숙한,
 
그러나 어딘가 한없이 멀고 그립게만 느껴지는
 
손길.
 
느낌.
 
향기.
 
당신을 바라보는 저 눈빛.
 
이 담현:...태찬.
 
가라앉은 목소리의 이담현입니다.
 
태찬:...이담현.(천천히 너를 돌아보았다.)..네 얼굴보기 참 힘들군.
 
이 담현:드디어... (울듯한 얼굴로 말을 고르다) 드디어 너를 만들어 냈구나.. 내가 결국 너를...
(숨을 한 번 크게 쉬고선) 살아 움직이는 네 모습을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
 
태찬:...그래,(입꼬리를 비틀어 웃었다. 눈은 여전히 차분하게 내리깐채로.)네 고집은 몇년이 지나도 여전하군.
네가 살린 생이니 이제 네것이다.(느릿하게 눈을 꿈뻑이며)
 
이 담현:(네 뺨을 쓰담으며) 그래.. 이제는 네 삶은 내 것이겠구나. 내가 살던 생은 매우 길었지만 네가 없는 5년은 내 삶이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어.
정말.. 그런 기분은 처음이고 인간의 죽음을 몇 번이나 봐온 내가 너를 잃는다고 이렇게나 무너질줄은.. (애써 웃어보이며) 정말 생각치도 못한 일이지. 그렇지?
 
태찬:차사로써 실격이잖나.(숨을 내뱉듯 웃고는 네 손을 맞잡았다.)혼자 둬서 미안하단 말을 하고싶군. ...홀로 얼마나 많은걸 감당한건가. 이젠.. 나한테 나누도록 해라. 네 상처를.
그래, 이제 어쩔셈이지?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세상이 멸망하게 생겼군.(어깨를 으쓱이며 작게 웃었다. 멸망을 앞둔사람 같지 않게.)
 
이 담현:(네 손을 잡은 채로 너를 꽈악 껴안고서는 잠시 멈춰있다가 떨어지고서는) ...너와 갈 곳이 있어.
 
태찬에게서 떨어져 몇 걸음 걸어간 이담현이 흐린 빛이 비추는 스크린을 찢으면,
 
그 뒤에 드러나는 것은 검은 문입니다.
 
그 어느때보다 검고, 반듯한.
 
문의 손잡이를 담현이 먼저 잡으며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이번에는 담현과 함께 들어가는 검은 문입니다.
 
이 담현:너와 함께 보기를, 정말로 고대했던 곳이야.
 
태찬:...집에 비밀통로 만드는게 취향인가?(장난스럽게 던지며 네 손을 맞잡았다.)어디든 가지.
 
그렇게 말하는 담현의 표정은.
 
문가에 비춰지는 흐린 빛을 타고 그럴리가 없음에도
 
꼭 우는 것처럼 보입니다.
 
태찬:(분명 울고있지 않다는걸 인지했음에도. 괜시리 손으로 네 뺨을 한번 훑었다.)...가지.
 
≪SECTION 3-2≫: 숨을 거둘 때
 
BGM11
 
문을 열면, 높은 계단 몇 개 이후에 바로 이어지는
 
시야를 환하게 물들이는 조명들이 아름답습니다.
 
반원 형태의 유리돔이 바스라져 내려오는 하늘의 파편들로 얼룩덜룩하게 빛납니다.
 
이곳은 흡사 정원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종말을 맞기엔 너무나 안정적인 장소.
 
화원과는 대비되도록 아직 여린 줄기에 매달린 꽃송이들이며
 
나무의 푸른 잎들이 건재합니다.
 
그동안 맡아왔던 피비린내나 냉한 냄새가 단숨에 잊힐 정도로,
 
끝을 맞을 것을 직감했기에 더 진한 생명의 향기가 가득한
 
실내 화원이 당신의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러고보면, 이 화원의 입구를 가득 장식하고 있는 저 꽃은...
 
당신의 머리를 닮은 담현의 탄생화인 붉은 아네모네 꽃입니다. 꽃말이 뭐였죠?
 
분명 그녀가 알려준 이야기었지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담현은 당신이 뭐라 따져 묻지 않았음에도 조용하게 중얼거립니다.
 
이 담현:어쩐지 네가 생각 나는 것들로 꾸며야 할 것 같아서…
여기는 신경을 많이 썼어. 늘, 너를 생각하면서 말야…
 
태찬:...그래, 수고가 많았군. 내가 미적 감각은 없지만...아름답다고 생각한다.(작게 미소지으며 네 등을 토닥였다.)
 
이 담현:(제 등을 토닥여주는 네 손길에 옛날과는 다른 희미한 종류의 웃음을 지으며) 그렇구나, 그렇게 느꼈다면 다행이야.
네 기쁨이 나의 기쁨이니까.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기뻐져.
 
태찬:뭐...단순히 네가 있기에 그렇게 느끼는것일지도 모르겠군.(토닥이는것을 멈추고 네게 눈을 맞추며)...후회하지는 않나? 이 한순간을 위해 긴 세월을 바쳐 날 살려낸것을.
지금도 세상은 무너지고 있다. 어쩌면 날 살려내기 위해 보냈던 모든 시간들을, ..더 의미있게 보낼수도 있었을텐데.
 
이 담현:글쎄, 이 새로운 삶이나 다름 없는 차사의 생을 살면서 너에게 갖는 후회라고는 단 한 줌도 없었다고 나는 나에게 확신해. (옛과 같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너를 바라보고선) 세상은 사실 나에겐 중요치않아. 네가 내 세상의 의미인데, 네가 없는 이 세상을 어떻게 의미있게 살 수 있겠어. 지금 네가 살아있는 이 나날들부터가 나의 삶을 이어가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걸. (네 이야기에 웃으며 조금 그리운 사람을 보는 느낌으로 바라본다.)
 
태찬:너에게 한줌의 후회도 없다면 그걸로 됐다. 이제 겨우 이담현같군. 내가 사랑했던 이담현.(허나 널 사랑하지 않은적이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퍽 낭만적인 얘기를 하는 네가 우스운지 혹은 사랑스러운지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네겐 미안하지만 지금 무너지는건 내 세상이 아닌 것 같군. 내 세상은 너다, 이담현. 언제나 그래왔고. 그렇지...누구한테 들은것처럼 입이라도 맞추겠나? 삼류 사랑영화처럼 말이지.
 
이 담현:(네 말에 웃음을 띄우며) 일단 입맞춤은 나중으로 미뤄둬볼까. 사실, 아직 네게 알리지 않은 일이 있으니까. (웃으며 말하는 일에 어딘가 침울한 느낌을 보인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더이상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인 풍경에 시선이 갑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처음에는 눈으로 착각했던 하늘의 파편들이
 
이내 이것이 눈이 아닌 물리적인 무언가임을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큰 조각의 형태로 느리게 떨어져내립니다.
 
대부분은 유리 돔에 부딪혀 떨어지지만, 눈 앞으로, 머리 위로 느껴지는 모든 풍경들이.
 
이 모든 일이 다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현실감이 없습니다.
 
담현은 가벼운 한숨을 쉬며 당신의 손을 잡고 화원의 아름답게 꾸며진 오솔길로 발을 옮깁니다.
 
몇 걸음이나 걸었을까요.
 
화원에서 마주쳤던 기괴한 조각상과 흡사한 대리석상들이 원을 이루고 배치되어 있는 그 정 가운데,
 
어떠한 의식의 일환마냥 담현은 당신을 데리고 그 곳에 섭니다.
 
그리고, 세계가 종말을 맞아가는 중인 가운데, 조용하게 당신에게 속삭입니다.
 
이 담현:이태찬,....
 
태찬:....이건 뭔가? 이담현. 네 취향이 변했을리는 없고....
 
이 담현:이건 내가 너를 위해 준비한거야.
이 일이 끝나면 너는 살아갈 수 있어.
잃어버린 5년, 그 이상의 시간을 보상받는다는 생각을 해도 좋아.
너에게는 정말로 좋은 기회고, 중요한 일이나 마찬가지야.
(마치 너를 설득하려는 듯 아직 아무런 반응도 하지않는 너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태찬:....나를위해?(불안한 눈으로 조각상을 한번, 너를 한번 돌아보더니)나를 위한 일이란게 대체 뭔가?
...그곳에 너도 있는건가?
 
이 담현:(네 물음에 시선을 피하곤) 글쎄, 있으면 좋았겠지만... 내가 아는 한도 내에는 잘 모르겠어. 일이 잘 풀린다면 나도 있지 않을까? (라는 낙천적으로 말하는 폼이 퍽이나 옛 같았으나 어쩐지 찜찜한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태찬아, 살아있을 적에 하고싶었던 일들 많이 있었지 않았어?
이제 그런 일들을 스스로 해나가면서 살 수 있는 기회인거야.
 
태찬:일이 잘 풀린다면....반대로 잘 풀리지 않는다면 그곳에 넌 없다는 얘기겠군.(시선을 피하는 너에 한층 가라앉은 눈으로 입을 닫았다.)하고싶은 일이 많았지. ...전부 너와 함께 말이다.(그렇게 말하는 얼굴엔 깊은 그늘이 드리워 있었고.)
....널 홀로 남겨둔 주제에 이런말을 하는건 염치없지만, 난 네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것이 두렵다, 이담현. 이건... 복수인가? 그렇다면 살아가겠다. 그것이 홀로든.
 
이 담현:(그늘이 드리워져있는 얼굴을 제 손으로 쓸어주며, 다시 한 번 살아있지 않은 자신과 너의 온도차를 5년의 시간에 새삼스럽게 느끼고선) 나도 너와 하고싶은 일은 많았어. 너랑 바다도 보고, 놀이공원도 가고, 현대의 사람들이 하는 데이트라는 것들은 모두하고, (말하는 중 웃음이 나오는지 소리내어 웃고선) 나중에가서는 너와 함께 내 삶을 바쳐 네 죽음에 내 윤회를 바쳐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지. 물론 네 죽음은 내 생각보다 너무 빨랐지만 말야.
글쎄, 네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복수인가? 나는........(너의 말을 다시 상기하며 고개를 저으며) 이것이 복수라고 생각하지 않아. 나는 그저... 네가 살아있는 사람... 인간의 삶을 조금만 더, 원래의 계획대로 살면서 윤회의 길에 접어들면 좋겠다면 생각했었어. 그냥... 이 일은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는.. 그런 내 작은 소망이야.
 
태찬:(네 손길이 닿자, 굳었던 얼굴이 조금 풀린다. 차갑기만 한, 도저히 산 자의 것이라곤 느껴지지 않을 손길이 그 무엇보다도 따스하게 느껴졌다.)...하나같이 애들 장난같은 것 뿐이로군. 이담현. 그래도...그래, 윤회를 바친다는 말은 중이었던 내게 꽤나 낭만적으로 들렸다.(그렇게 웃는 얼굴이 서서히, 마치 울음마냥 일그러져간다.)
복수라면 너무나도 달콤한 복수군. 그만큼 지독하고, 잔인하기 그지없고 말야.(제 뺨을 쓰는 손을 두손으로 꾹 잡아 제 얼굴을 가렸다.)이게 다 무슨소용인가? 멋대로 살려놓고, 이제는 네가 바라는대로 살길 바라는건가? 아무리 내 생이 네것이라지만, 이젠..너 없인 살수도 없게 만들어놓고 말이다.(괜시리 너를 향한 원망의 그 말을 끝으로 네 손을 놓아줬다.)
 
이 담현:(제 손을 놓는 네 손에 잠시 가만히 있다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의 이기로 너를.. 인간의 삶을 살도록 돌려뒀지만 하지만.... (눈을 꽈악 감았다 이내 결심한 듯 뜨고선) 네 생은 이제 나의 것이니까 나 없이 살 수 없더라도, 네가 나대신 살아주었으면 좋겠어.
(눈물이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은 것을 참으며) 태찬아, 찬란한 너의 삶을 위해. 내가 바라는 너의 삶을 위해서라도 내 숨을… 가져줘.
 
담현은 당신의 손을 끌어다 자신의 목에 올립니다.
 
그 손길이, 마치…
 
당신이 눈을 떴을 무렵,
 
그가 당신의 목을 졸랐던 것처럼 자신의 목을 졸라 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손에 닿은 담현의 목이 뜨겁습니다.
 
손 아래 맥박이 조용하게 고동칩니다.
 
하늘이 무너져가고,
 
세계가 종말을 맞는 가운데
 
담현은 당신의 숨을 살리는 편을 선택하고자 합니다.
 
그의 숨을 멎게 하는 일은 간단합니다.
 
그가 친절하게도 자신의 목에 얹어주기까지 한 당신의 손에 힘을 주면.
 
간단히 이 생명을,
 
이 숨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당신은 암행어사이니까요.
 
무엇을 망설이나요.
 
이 죄로 물든 영혼을.
 
이 인륜을 벗어난 간악한 삶을
 
선택의 시간입니다.
 
이 담현:태찬아..
대신 나의 삶을 살아줘.
너의 삶을 살며, 생을 즐겨줬으면 좋겠어.
 
태찬:너없이 찬란하게 살라는건가. (허탈한 웃음을 내뱉고, 네 목에 끌어진 제 손을 바라보았다.)나로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군.
(네 생이 조금만 힘을 주면 끝나버릴 것 같아서, 금방이라도 꺼져버릴것만 같아.이 순간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네 목 근처에 놓인 제 손이 제것이 아닌것마냥 이질적으로 보인다.)
....이담현.(제 손을 그러쥐는듯 하더니 이내 손을 거두고 대신해 네 뺨에 짧게 입맞췄다. 짓궂은 장난이라도 한마냥. 씩 웃으며)미안하지만 이번도 내 뜻대로 하겠다.
누군가의 생을 대신 살 생각 없다. 네 생은 네가 살아라. 나도..내 생을 살테니. 그것이 지금 끝나더라도 말이다.
 
이 담현:(자신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는 감각을 느끼며 가만히 서있다 이내 뺨에 흐르는 제 눈물의 감각을 깨닫는다.) 나는.. 나도, 너를 잃는 것이 두려워. 하지만 난... 그 이상으로 네가 나 없이 살아 가는 것이 나쁘지많은 않은 결말이라고 생각해.
(네 말에 그래, 나도 그랬었지 라는 공감을 하고서는) 나는 내 삶을 400년이라는 세월 동안 충분히 살았어. 하지만 너는 나의 반도, 그 반의 반도 살지 않았는걸. (묵묵히 눈물만 흘리던 것을 이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그대로 무너진다) 나는.... 내가 삶을 살더라도 네가 없는 삶을 산다는 것에 확신이 없어졌어. 나는... 널 잊을 수도, 묻어둘 수도 없어.. 더이상 나는 네가 없는 세상의 종말을 버틸 자신이없어. 그러니 제발.. 마지막이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손으로 가고싶어. (말을 끝내며 이내 그녀답지 않게. 5년의 세월이 네가 없이 흐른 탓인걸까. 소리내어 울기 시작한다.)
 
태찬:...내 결말은 내가 정한다. 이담현. 그것이 세상 모두가 나쁜 결말이라고 손가락질해도, 그 결말을 맞이하는 내가 만족한다면 무슨 상관이지?(무너지는 너에 어쩐지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 너는 언제나 나보다 강했고, 굳세였고. 웬만한 상처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존재였으니까. 그러나 난 내가 아는 너에 오히려 너를 끼워맞추고 있었던건 아닌가.)
(무너지는 너를 따라 무릎을 꿇어 너를 부축해낸다.)그래, 난 채 백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이다. 허나 짧은 생이기에 내가 무엇을 원하고, 소중하게 여기는지 더 잘 알고있지. 너 없는 앞으로의 간약한 삶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도. (네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는,제 손으로 눈물을 훑어냈다.)내가 지금 널 죽이지 않으면, 너는 또 혼자가 되는건가? 이담현. 아직 내게 말해주지 않은것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이 담현:(펑펑 울다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내가 살린 게 네 목숨이라고 했지, 사실은 나는 나를 위해 너의 목숨을 살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어. 네가 말했었지. 이제 너의 목숨은 나의 것이라고. 그러니까 이번엔 너의 뜻을 굽히고 나의 뜻을 따라주었으면 좋겠어. 나는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나의 몇 백년을 거스른 섭리면 그 마지막을 너로 장식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그렇게 생각하게 돼. (자신의 눈물을 네 손으로 훑어주는 감각에 그저 눈을 감으며) 너에게 말해주지 않는 이유는 나는 이젠 너에게 변명할 필요도 없이 네가 나를, 네 자신을 위해 바쳐줄 것일아고 믿었기 때문이야.
(멸망해가는 하늘을 쳐다보고서는) 그치만 너는 여전히 살아있었을 때처럼.. 지금도 물론 살아있지만 옛날말야. 옛날처럼.... 나를 먼저 위해주는구나.
너도 나도 서로를 먼저 원해준다면......
(잠시 생각하는 듯 눈을 감았다 뜨곤) 그냥 어떻게 되더라도 우리 대로 입이나 맞출까? 누가 말했듯 삼류 사랑 영화처럼 말야. (정원을 걸어오면서 네가 했던 말을 그대로 읊어준다.)
 
태찬:..나는 네가 더 이기적인 사람이길 바랬다. 그런데...여전히 내가 아는 이담현은 어디 가질 않는군.(네 머리를 매만지다 잠시 너를 품에 안았다.)세상에 명예로운 죽음이 없듯이. 네 죽음을 장식할만한것도 없다. 더군다나 나라면. ...나를 너무 원망하지 말아주겠나. 네가 나였어도 넌 그렇게 하지 않았을거잖아. 아닌가?
몇번을 죽고 환생하더라도 내가 널 죽이는 일은 없을거다. 그것만은 네게 양보할수도, 생각도 없고.(네 말에 미묘한 차이지만 훨씬 편안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잠시 눈을 꾹 감고, 네게 한발짝 다가가 뺨을 감싸온다.)
마음에 드는 멸망이군. 아니...멸망이 아니라 결말이라고 하지. 이로써 너와 내 이야기는 막을 내린거다. 이담현... 내가 있던 네 이야기의 끝은 행복이었나?(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틀어 깊게 입맞춘다.)
 
...우리는 그 누구의 숨을 앗아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목을 조르는 손길은, 목에 닿는 손은.
 
그것을 힘주어 졸라 숨을 뺏는 대신 맞잡아 그리운 온기를 서로에게 전해줍니다.
 
옅은 숨이 서로에게 맞물립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이 멸망한다 해도, 그것이 우리의 관계와 감정의 멸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멸망은 애당초 우리를 덮쳐오지 못할 것입니다.
 
멸망한 세상에서 네 숨에 의지해 겨우 호흡하며 살아간다면,
 
그 삶에 이전과 같은 의미가 있을까요.
 
이제 시야가 새하얗게 보일 정도로,
 
유리돔 안쪽까지 우리가 사랑한 세계와 삶의 잔재가 바스라진 채 흘러 들어옵니다.
 
하늘하늘 떨어지는 세계의 종말을 의미하는 파편들은 눈이 아리도록 아름답습니다.
 
종말은 숨이 조이듯, 서서히 우리에게 같은 빠르기로 다가옵니다.
 
우리가 예지했던 세계선의 종말은 안타깝게도 틀리지 않았는지.
 
그와 당신, 둘 중 누구 한 명 서로의 목에 손 올린 이 없음에도 점차 호흡이 힘들어집니다.
 
아무리 숨을 들이쉬어도 삼킬 수 있는 숨이 없습니다.
 
담현도 마찬가지인지,
 
창백한 낯으로 숨을 헐떡이고 있습니다.
 
그 종말의 순간은 찬란하게도 아름다워서,
 
잡히지 않는 숨을 한참을 들이쉬던 그는 쉰 목소리로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이 대화가 아직 바스라지지 않은 우리의 마지막 문장이 될 것입니다.
 
이 담현:...태찬아, 네 숨을 나눠줘. 한 번 더 키스해줘.(그리 웃으며 너에게 다시 한 번 깊게 입을 맞춘다.)
 
태찬:(네게 한번 더 깊게 키스하며 저도 얼마 남지 않은 숨을 최대한 네게 넘겼다. 그리곤 만족스럽다는듯이, 행복하게 웃었다.)좋은 꿈 꿔라, 이담현. 사랑하고있다.
 
이 담현:(자신의 숨 또한 네게 넘기고선 마지막이라는 웃음. 너에게 줄 수 있는 자신의 최후에 바칠 수 있는 웃음을 주었다.) 방금 일어났지만.... 좋은 꿈 꿔, 이태찬. 네 일생에 내가 있어서 행복했어.
 
멎어가는 숨을 그와 나눕니다.
 
겹친 입술이 우리 둘을 모두 집어삼키는 것처럼 뜨겁습니다.
 
그럼에도 놓을 수 없어요.
 
우리가 겪게되는 종말은 오롯이 우리의 의지.
 
서로의 숨을 뺏어 이후를 빌지 않았습니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집니다.
 
이것이 죽음이 다다랐기 때문인지,
 
종말이란 것이 당신을 집어삼켰기 때문인지,
 
혹은 생리적인 눈물이 고인 탓인지.
 
당신은 당장에 알지 못합니다.
 
이 입맞춤은 종말로부터 눈을 돌리려는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숨이 막혀오고 하늘이 무너져내려도.
 
조용한 가운데 모든 것들이 죽음을 맞이해도.
 
그와 이어진 몸은 아직 당신이,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쿵쾅쿵쾅 시끄러운 심장소리가 귓가를 채워옵니다.
 
흐리게 부신 눈을 한 번 깜빡 감았다 뜨면.
 
온 시야가 하얗게 물듭니다.
 
이것은 종말을 겪게 되었기 때문일까요,
 
죽음의 목전에 다다른 탓일까요.
 
호흡이 부족해 환각을 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몽롱한 기분이 어지럽습니다.
 
그와 손을 꽉 겹쳐잡고 있단 것만이 느껴지고,
 
귓가에 시끄럽게 메아리치던 심장소리가 멈추면,
 
시야가 암전됩니다.
 
 
바닥에서 차가운 냉기가 올라와 볼을 얼얼하게 만듭니다.
 
눈을 뜨고 급하게 일어나 보면,
 
이곳은 오래 방치된 것 같지만 여러 꽃이며 나무가 아름답게 덩굴을 이루고 자란,
 
어딘가 변한 정원입니다.
 
세상을 종말로 이끌 것만 같이 하늘에서 쏟아져내리던 파편도 더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세계의 종말은?
 
멸망은?
 
우리는 어떻게 된 거죠?
 
호흡이 정상적입니다.
 
하늘에서 따사로운 햇빛이 내리쬐고,
 
식물 위에 앉은 작은 새가 지저귑니다.
 
모든 일이 꼭, 환상이었던 것만 같습니다.
 
당신과 손을 꽉 겹쳐 잡고 누운 담현이 맞은편에 보입니다.
 
담현과 당신의 사이에 놓인 스노우글로브도요.
 
스노우글로브 안에는 쏟아지는 하얀 반짝이 아래,
 
나란히 서 있는 당신과 담현의 작은 모형이 들어있습니다.
 
스노우글로브의 유리 아래 밑단에 금박으로 새긴 글씨가
 
환한 햇살을 받아 반짝입니다.
 
[멎은 숨의 소생]
 
차가운 공기에 당신이 뱉는 숨이 하얗게 피어오릅니다.
 
아, 정말로 아름다운 생입니다.
 
[ENDING 3: 겹친 손 아래, 멎은 숨의 소생]
 
이담현 생환, 이태찬 생환. 동반 생환 보상 이성치 회복 3+1d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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